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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려고 시작한 ‘발레 소년’, 美 ABT 최고 무용수로 날다

안주원,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 무용수 승급 “김기민 형처럼 ‘발레’하면 떠오르는 무용수가 꿈”

키가 커진다는 말에 발레를 시작한 중1 소년이 있었다. 14년이 흘러, 소년은 미국 최고 발레단의 최고 무용수가 됐다. 이번 달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발레리노 안주원(26)이다. ABT는 2006년 미국 의회로부터 ‘미국 국립 발레단’ 칭호를 부여 받았다.

러시아의 마린스키와 볼쇼이, 영국의 로열발레, 프랑스 파리 국립오페라발레 등과 함께 세계 최고 발레단으로 꼽히는 ABT에서 한국 발레리노 수석 무용수는 이씨가 처음이다. 여성 발레리나 중에는 ABT의 서희 등 유수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많지만, 남성 발레리노 중에서 수석무용수는 무용계 최고상 ‘브누아 드 라당스’ 수상자인 마린스키의 김기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최영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해내는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또 단장님이 레슨하며 고쳐주시면 고집없이 빨리 고치는 편이었고요.” 어떤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은지 물었더니, 안주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미국 ‘댄스 매거진’은 올해 ABT가 수석무용수로 승급시킨 6명 가운데 안주원과 애런 벨을 콕 찍어 “고속 승급 코스를 밟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 4월 귀국해 서울 집에 머물고 있다. “매년 7월 승급이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없을 줄 알았는데, 단장님이 수석무용수로 쓰고 싶다고 공식 발표하셨어요.”

1993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안씨는 “서울서 중학교 1학년 때 발레학원 선생님이었던 이모가 ‘발레를 배우면 키가 커진다’고 하셔서” 발레를 시작했다. 선화예고를 거쳐 한예종 2학년 때인 2013년 미국 뉴욕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YGAP)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으며 ABT 세컨 컴퍼니 단원이 됐고, 6개월 만인 2014년 1월 ABT 수습단원으로 입단했다. 이 때가 만 19세. 다시 6개월 만에 ‘코르 드 발레’ 단원이 됐고, 5년 뒤인 지난해 7월 솔로이스트로 승급했다. 안주원은 “아직 여러 작품을 해보지 못한 상태였던 대학 2학년 때 미국으로 가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염려도 많이 해주셨지만, 그 때는 ‘이번이 아니면 다시 ABT에 갈 기회가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어도 거의 할 줄 모르는 상태로 갔어요. 갔더니 영어로 밖에 대화를 못 하잖아요. 선택권이 없어요. 강제로 영어 실력이 늘었죠, 하하하.”

ABT의 한국인 단원은 막내인 안주원 외에 서희와 한성우까지 3명. 안주원은 “희 누나는 맨 처음 발레단에 가서 아무것도 모를 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셨다”고 했다. “아무도 안 가르쳐주거든요. 그런데 누나가 공연 전에 체크인하는 법, 분장 등 기본적인 것부터 발레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려주셨어요. 지금도 제일 많이 챙겨주세요. 미국에 있으니 설날이나 추석 같은 우리 명절을 따로 챙기기 어려운데, 저희 세 명은 그런 날 늘 희 누나 집에서 만나요.” 2013년 ABT에 입단한 한성우는 안주원의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믿고 따르는 형이다. “이번 수석 무용수 발표 때도 성우 형이 제일 먼저 전화주셨어요. ‘정말 축하한다’고, ‘진짜 안 믿긴다’고.”

발레리노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물었다. 안주원은 “제일 자신 있는 건 점프”라며 “파드되(2인무)의 파트너링에도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ABT의 수석 무용수가 된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해서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발레를 이야기할 때 기민이 형(마린스키 김기민)처럼 이름 정도는 아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안주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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