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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경계 허문 ‘SF8’… ‘한국판 블랙미러’ 될까

영화감독조합·웨이브·MBC 합작, 극장개봉의 압박 벗어나려는 실험
생명 하나가 죽어야 생명 하나가 산다면? 식물인간 홀어머니를 10년째 모시는 주인공의 자살 확률은 95% 이상. 어머니가 죽어야 딸이 산다. 주인공을 돕는 간병로봇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톨릭 수녀에게 전화를 건다. 오직 신만이 인간의 생사를 주관한다고 믿는 수녀의 신념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지상파 OTT 서비스 웨이브·MBC와 손잡고 ‘한국형 SF’에 도전한다. 10일 웨이브에서 공개되는 ‘SF8’이다. 8명의 영화감독이 각각 50분짜리 콘텐츠를 제작했다. OTT에 선(先)공개된 콘텐츠들을 8월 중 MBC에서 드라마처럼 차례로 방영할 예정. 영화와 방송, OTT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시도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총괄 기획하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 등이 뜻을 모았다. 각각의 작품들은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미래적 주제를 담고 있다. 제작진은 “SF는 서구의 독점 장르란 인식이 있다. 미개척의 영역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콘텐츠 제작자들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민 감독은 8일 제작보고회에서 “극장의 변화, 영화 감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영화가 기존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 거라는 굉장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서 “극장 개봉이 주는 큰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만들었다.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시도”라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라는 기획 의도대로 콘텐츠 간 경계를 허물 수 있을지가 관건. 단편영화 형식이 지상파 TV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민 감독은 본지에 “드라마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영화를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선보인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SF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시각·미술 효과 구현도 숙제로 남는다.

‘SF 앤솔러지'(모음)란 형식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영국의 SF 시리즈 ‘블랙미러’를 떠올리게 한다. ‘블랙미러’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디스토피아(역유토피아) 세계를 그린 드라마다. 민 감독은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블랙미러’처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이진 않는다. 각자의 화두를 가지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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