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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북전쟁도 아닌데… ‘마스크 내전’

‘NO마스크’ 14州 모두 공화당
미 조지아주(州)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주도(州都)인 애틀랜타의 민주당 소속 시장이 공공장소 마스크 의무 착용 명령을 내리자 지난 16일(현지 시각) 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소송을 걸었다. 시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날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한 플로리다에선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안 내리고 버티자 민주당 소속 플로리다 하원의원이 그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유타주의 한 카운티가 15일 개학을 앞두고 열려던 ‘마스크 의무화 공청회’는 학부모 수백명이 몰려와 “남의 자식에게 마스크 쓰라 말라 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됐다.

코로나 확진자 세계 1위인 미국에선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문제를 놓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반대파들은 마스크 효과를 설득하려는 전문가나 당국과 이념 전쟁에 가까운 갈등을 빚고 있다. 과학의 문제인 마스크 착용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는 셈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저항 심리를 집권 세력이 정치에 활용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미국은 20일 월드오미터 기준 코로나 누적 확진자 389만명, 사망자 14만7000명으로 압도적 1위다. 이달 들어서도 하루 6만~7만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보건 당국은 아직도 마스크 문제로 설전 중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인 모두가 한두 달만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나는 마스크를 믿지만 마스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쓰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했다.

그간 트럼프는 마스크를 쓰지 않음으로써 ‘방역은 성공했고,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지층에 알려왔다. 지난 11일 공식석상에서 처음 마스크를 썼지만 기본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그런 행태가 미국 내 마스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주(州)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강력 권고하는 곳은 50주 중 36곳이다. 마스크 착용 지침을 거부하거나 미적대는 나머지 14주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곳이자, 코로나 2차 확산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들이 미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는 ‘마스크 내전(內戰)’의 최전선인 셈이다.

마스크 반대파의 핵심 주장은 “마스크 의무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은 “경제 재개에 걸림돌이 된다”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하고, 일부 시민은 “마스크 안 쓰는 것은 헌법상 자유”라 말한다. “마스크 쓰면 겁쟁이 같아 보인다”는 이도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보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여성보다 남성이, 고학력자보다 저학력자가, 대도시 거주자보단 농업·공업 지역 거주자들에게서 마스크 거부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의 6월 조사에 따르면 ‘항상(대부분) 마스크를 쓴다’는 답변 비율이 민주당 적극 지지층에서는 83%로 나타났지만, 공화당 적극 지지층에서는 49%에 그쳤다.

마스크 거부 심리의 기저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다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데이비드 에이브럼스 뉴욕대 사회행동학 교수는 최근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인간은 새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기존 방식을 집단적으로 고수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가 있다”며 “코로나라는 낯선 외부 충격과 그로 인한 일상의 변화에 분노와 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셉 트런조 브라이언트대 심리학 교수도 “통제 불가능한 전염병 공포에서 ‘노(No) 마스크’ 연대는 자신이 무언가를 통제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심리에 정치적인 불을 붙인 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트럼프는 엘리트에게 소외됐던 주변부 계층의 공포와 설움을 대변하는 대통령을 자처했고, 코로나 사태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지지층을 규합한다는 것이다. 앨리슨 던즈 렌텔 USC 정치학 교수는 AFP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거부 사태는 미국의 극단적 정치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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