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사회토론

“손정우 형량이 달걀 18개 훔친 도둑과 똑같다니…”

법원의 아동 성착취물 유통범 美 송환 불허에… 외신까지 비판
법원이 6일 세계 최대 아동 성(性)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불허하자, 이 결정을 내린 서울고법 형사 20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같은 날 재판장인 강영수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고, 만 하루도 되지 않은 7일 오후 2시 40분 현재 동의자가 35만에 달했다. 하지만 법원 주변에선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이란 말이 나온다. 들끓는 여론만을 고려해 손씨를 미국으로 보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판 여론은 왜 들끓나

그간 여론 비판을 받는 법원 판결을 두고 ‘판사 자격 박탈’을 청원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까지 청원한 경우는 없었다. 강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지난달 공개한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 30명에 포함돼 있다.

성범죄 피해자 관련 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N번방 피해자 지원 단체인 ‘N번방 총공 총괄계’는 6일 오후 소셜미디어에 “사법부도 공범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고법 재판부를 비롯한 사법부의 약한 처벌이 성범죄를 재발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29일 이 재판부가 1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음주·뺑소니로 재판 중 국내로 도피한 30대를 송환 결정한 것을 들며 “음주·뺑소니는 송환하고 손정우는 보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6일 트위터에서 “한국 검찰은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쳤던 남성에게 징역 18개월을 구형했다”며 “손정우와 같은 형량”이라고 했다.

이 같은 들끓는 여론은 아동 성 착취물에 대한 한국·미국의 형량 차이에서 비롯됐다. 영상물 25만건을 유통한 손씨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고 지난 4월 27일 형기를 마쳤다. 반면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다크웹’ 수사 결과에 따르면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에서 동영상 1개를 내려받은 미국인은 징역 70개월(5년 10개월)을, 영상을 소지하고 돈세탁에도 관여한 미국인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아동 음란물 배포는 법정형이 10년 이하다. 게다가 법원은 양형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낮은 형을 선고해 왔다.

◇법원은 왜 손정우를 보내지 않았나

그럼에도 법원 내부에선 “재판부 판단에 나름 이유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과 국가의 국민 보호 수준을 판단하는 사건으로 ‘엄벌’ 여론에 따라 쉽게 손씨를 미국으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이 인도 불허 결정을 한 핵심 이유는 이 사건이 ‘우리나라 사건’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손씨를 9개 혐의로 기소해 인도를 요청했고 검찰은 이 중 국내에서 처벌받지 않은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해 인도심사를 청구했다. 손씨가 한국 사람이고, 아버지 통장을 이용해 자금 세탁을 하는 등 범죄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이뤄졌으며 한국 검찰이 수사했기 때문에 우리 법원이 재판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부 미국인이 돈을 내고 영상을 내려받는 등으로 연루됐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고법 판사는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면 우리 사법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그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법원이 인도 결정한 사건들과도 다르다. N번방 단체가 언급한 뺑소니 사건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태원 살인 사건’ 역시 한국에서 발생했고 피해자가 한국인이라 미국이 주범 패터슨을 인도했다. 범죄인 인도법의 취지가 ‘적절한 형벌권 행사’임을 고려하면 손씨를 한국에서 처벌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또한 범죄자 손씨도 우리 국민인 이상, ‘엄벌’만을 목적으로 그를 미국에 보내는 것은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포기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 그가 미국에서도 그리 센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형기를 마친 영상물 배포 부분은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제외되고 자금 세탁 부분도 미국 내 송금 등으로 처벌 범위가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여론 재판’은 위험 징후라고 판사들은 지적한다. 한 판사는 “법대로 판결하는 데 직(職)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법 독립을 수호해야 할 대법원이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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