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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 “BTS 관련 강의 하지마”… 교육계까지 뻗친 검열

중국 대학 당국이 “강의에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관련 부분을 생략하라”고 요구하며 검열하려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지난달 자의적 기준으로 촉발한 ‘BTS 수상 소감’ 논란이 교육계까지 뻗친 것이다.

SCMP는 이날 ‘한국의 케이팝(K-POP)이 중국 공산당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쓰촨에 있는 쓰촨대-피츠버그연구소(SCUPI)의 정아름(37) 조교수는 지난달 경영대학원에서 ‘케이팝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정 조교수에게 강의 중 BTS 관련 부분을 생략하라고 요구했고 정 조교수는 강의를 거부했다.

정 조교수는 “대학 당국이 강의를 검열하려고 했고 이는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내놓은 말도 안되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 기분이 상했다”며 “나는 자기검열(self-censor)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조교수는 미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연극·공연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SCMP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국의 현대 문화에 관한 대학 강의를 통해 금기시되는 것을 토론할 기회를 자주 가진다고 말했다. 또 그녀의 학생들이 미투 운동, 케이팝 밴드의 동성애 등 광범위한 논란 거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BTS는 지난달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연례행사에서 한·미 우호 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리더 RM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내용은 소감문 전체의 10% 미만이었다.

그러나 일부 중국 네티즌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만 짚어 “중국인이 큰 희생을 하며 미군을 막아줬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문제 삼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유명 글로벌 아이돌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며 “BTS가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침략자였음에도 미국의 입장에만 맞춰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BTS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전자·현대자동차·휠라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 관련 제품을 삭제했다.

SCMP는 한·중 간 정치 체제와 애국심, 미국에 대한 시각 차이가 양국 관계를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으며 중국에 거주하는 12만1000명(2010년 기준)의 대규모 한인 사회가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한류가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에 빗장을 건 사례를 들었다.

중국은 한한령 이후 현재까지도 케이팝 아티스트의 비자 신청 거부, 케이팝 콘서트 거부, 한국 TV프로그램 차단, 한국 화장품 불매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SCMP는 또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 24명이 중국 베이징대에서 행진을 진행하려 했으나 논의 끝에 계획을 취소했다고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한 학생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 대학 당국이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인해 이 같은 논의에 민감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생은 “10년 넘게 중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공산당은 위협적”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한국의 문제에 대해 얘기할지라도 중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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