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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트럼프 “한국이 돈 더 낸다 합의”

美정부 관계자 “사실 아니다” 靑도 “방위비 협상은 진행중, 아무것도 합의 안됐다” 밝혀 분담금 대폭증액 기정사실화 해 한국 압박하려는 협상 전략인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국방 협력 합의를 위해 미국에 돈을 더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액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20일 자신이 한국의 13% 인상안을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직후 나온 것이라 그간 한·미 간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 30일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미 간 분담금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합의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는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이날 ‘한·미 간에 방위비와 관련한 어떤 합의가 있었느냐’는 본지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한국이 돈을 더 내기로 했다는 트럼프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 행정부 관계자까지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국의 분담금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한국을 압박하려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일 수 있다. 때로 부정확하거나 근거가 약한 내용을 들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는 트럼프 특유의 화법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8월에도 갑자기 “한국이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는 트윗을 올린 일이 있다. 2017년에도 같은 얘기를 했다.

한·미는 지난해 9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 후 최근 실무선에선 타결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 제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2016년 대선 유세 때부터 끈질기게 주장해왔다. 워싱턴에서조차 터무니없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의 50억달러 요구는 협상 과정에서 약 40억달러 수준으로 낮춰졌지만 한국으로선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이다. 우리 협상팀은 분담금 증액을 최소화하면서 호르무즈 파병, 추가 무기 구매 등 ‘동맹 기여’라는 명분을 주장하며 타협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실무선에선 일부 미국 측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한국 측 제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방위비 문제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한다는 보도와 관련된 질문에, “그것(방위비 협상)은 감축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국 방위를 위한 그들의 기여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오로지 돈에 관한 문제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국방장관은 여전히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고 그래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 관리나 외교관들의 또 다른 고민은 트럼프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한국에서 반미 감정 심화 등 동맹을 흔드는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 행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대통령과 동맹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한국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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