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생활/과학

“지방조직 신경망이 강해야 체중 감량 성공한다”

뇌의 ‘신경 확장’ 신호 유도하는 피드백 고리 확인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백색지방의 뉴런
= 백색지방은 몸 안의 쓰고 남은 칼로리를 비축한다.
지방 분해에 관여하는 자체 뉴런은 렙틴 호르몬이 결핍했을 때 위축되지만, 호르몬이 공급되면 다시 성장한다.
[록펠러대 분자유전학 랩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몸 안의 지방이 준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체의 영양분 흡수와 칼로리 소비 메커니즘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의 영역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지방조직 안에 깔린 신경망과 렙틴(leptin)이라는 식욕 억제 호르몬의 상호작용이다.

    사실, 비축 백색지방의 분해는 지방 자체의 뉴런(신경세포)에 의해 시작된다. 렙틴은 뇌와 지방조직 사이에서 신경 신호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렙틴의 신호가 올바르게 전달되기만 하면 지방 신경망의 확장 능력, 다시 말해 지방 분해 능력이 놀라우리만큼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한 사람은 대부분 몸 안에서 렙틴이 많이 생성되나, 렙틴을 주사로 보강하려 하면 반응이 약해진다. 뇌가 렙틴 주입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렙틴을 표적으로 삼되, 뇌의 렙틴 저항을 우회하는 비만 치료법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23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렙틴이 동물의 식욕과 에너지 대사 등에 미치는 폭넓은 효과는 그동안 동물실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

    렙틴을 생성하지 못하는 생쥐는 분명히 더 많이 먹고, 덜 움직인다. 체중이 정상 생쥐의 세 배까지 느는 경우도 보고됐다.

    렙틴 결핍 생쥐는 또한 정상이라면 괜찮을 정도의 낮은 온도에 견디지 못한다. 갈색지방을 태워 열을 생성하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생쥐에게 렙틴을 한 차례만 투여하면 먹는 양과 움직이는 정도가 즉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여분의 비축 백색지방을 정상 수준으로 분해하고 갈색지방을 태워 열을 생성하는 능력은, 2주가량 계속 렙틴을 투여해야 회복한다.

    연구팀은 이런 시차가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방 신경세포부터 뇌의 시상하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렙틴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먼저 렙틴이 없으면 지방의 신경망이 심하게 위축되지만, 렙틴을 공급하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는 게 확인됐다.

    이런 지방 신경망의 위축이나 성장은, 비축 갈색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생성하는 능력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렙틴이 중개하는 뇌의 ‘신경 성장’ 촉진 메시지는 척수를 거쳐 지방조직의 뉴런에 전달됐다.

    지방세포도 이 경로를 통해 신경망 확장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뇌의 시상하부에 보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제프리 M. 프리드먼 분자 유전학 교수는 “지방조직이 자체 신경망과 기능을 (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어한다는 의미”라면서 “이건 아주 정교한 피드백 고리처럼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비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 신호 경로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험할 계획이다.

    렙틴 투여에 저항하는 비만 생쥐는, 렙틴 결핍 생쥐와 비슷하게 지방의 신경 발달이 위축된다는 게 이미 확인됐다. 지방 분해 능력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프리드먼 교수는 “지방조직에서 발달하는 신경을 직접 자극해, 비축 지방 소비 능력을 정상화하는 접근이 비만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기천 기자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Send this to a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