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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Y를 분해해보니… 틀은 10년, 모터는 5년, SW는 8년 앞서 있다”

세계최고의 車분해 전문가 먼로
“테슬라가 5~10년은 앞서 있습니다.”

샌디 먼로(71)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Munro&Associates) 대표는 테슬라의 기술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말을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먼로 대표가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차량 분해 전문가’ ‘제조·개발 능력 향상을 돕는 구루’로 통하기 때문이다. 1978년 포드에 입사한 뒤 엔진·자동화 엔지니어로 일했고, 1988년 미국 미시간주에 자동차 분해 전문업체인 먼로앤드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제품을 분해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술·원가·경쟁력을 컨설팅하는 회사다. 2017년 투자은행 UBS가 냈던 전기차 쉐보레 볼트 보고서도 그의 손을 거쳤다. 볼트의 제조원가 중 배터리·모터·인포테인먼트모듈 등 LG그룹 부품의 비율이 56%나 됐다는 내용이 한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업계에서만 유명했던 그가 세상에 알려진건 올해 3월 유튜브 채널 ‘먼로 라이브’를 개설하면서부터다. 테슬라의 신차인 모델 스리(3)와 와이(Y)를 직접 뜯어보면서 분석하는 영상을 90여편에 나눠 올렸는데 이게 대박을 냈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인데도 회당 조회수가 최대 수십만 건에 달할만큼 인기였다. 테슬라의 고급 기술 정보를 전문가가 출연해 공짜로 알려주는 콘텐츠는 지금껏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 70대 할아버지 엔지니어가 갑자기 20대 테크 리뷰어들과 격론을 펼치는 등 갑자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미시간주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인터뷰해 테슬라의 비밀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차를 분해했나.

“500대 가량 분해했다. 자동차 뿐 아니라 항공기·장난감·가전·의료기 등 대상은 다양하다. 대부분 고객이 의뢰한 것이라 비밀에 붙이지만, 외부 공개·판매용 보고서도 만든다. 모델3, 모델Y는 자비로 차량을 사서 분해한 뒤 원가·경쟁력 보고서를 만들었다. 유튜브에 올린 것은 그 내용의 일부다.”

-테슬라 차량은 기존 전기차보다 어디가 얼마나 뛰어난가.

“캐스팅(부품을 주조하는 것)과 하우징(부품을 지지·보호하는 틀을 짜는 것)은 10년, 모터 설계는 5년은 앞섰다. 모터는 경쟁업체 것보다 가벼우면서도 힘이 더 세다. 전자부품·소프트웨어는 8년은 앞섰다고 본다. 다른 회사는 내연기관 차량 중심이라서 이를 통합·재설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테슬라 차량엔 다른 차를 분해했을 때 본 적 없는 부품 구성이나 재료가 많다. 차체는 알루미늄과 강철을 조합해 쓰는데, 조합 비율에 테슬라만의 마법(magic)이 존재한다.”

-마법이라니?

“재료·부품 조합의 화학반응(chemistry)이 다른 제조사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주조기술, 모터·배터리 재료·기술의 조합이 다르다.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재료과학 연구개발 그룹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는 이런 것을 직접 안한다. 재료는 사다 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테슬라는 재료과학을 직접 연구하기 때문에, 메가 캐스팅(차체의 큰 부분을 통째로 주조해 내는 기술)처럼 다른 회사가 하기 어려운 제조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먼로 대표는 많은 전기차를 분해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큰 변화를 발견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자동차 회사는 조직 내 분란을 일으킨다든지 위험을 감수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며 “반면 올해 3월 나온 모델Y는 불과 5개월 만에 설계를 뜯어고치고 혁신적인 주조 기술을 선보였다”고 했다.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테슬라를 앞설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100m 달리기를 한다고 치자. 다른 회사들은 이제 막 출발점, 테슬라는 50m 앞에 있다. 게다가 테슬라는 빠르게 달리고 있다. 일류 엔지니어·과학자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항공우주국(NASA)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많은 인재가 일자리를 잃었는데, 테슬라는 그 중 일류들을 대거 고용했다. 그들이 테슬라에서 일한지 벌써 10년이다. 우리는 많은 전기차를 분해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큰 변화를 발견 못하고 있다. 조직 내 분란을 일으킨다든지 위험을 감수하는게 싫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반면 올해 3월 나온 모델Y는 불과 5개월 만에 설계를 뜯어고치고 혁신적인 주조 기술을 선보였다. 내가 포드에 있을 때는 5년 걸려도 볼 수 없던 변화였다.”

-다른 회사는 왜 안 되나.

“다른 자동차회사에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아니에요, 샌디. 당신이 잘 몰라서 그래요. 쉽게 되는게 아니라구요’라고 말이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은 다 내다버려야 한다. 테슬라는 해내고 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 가동할 독일 신공장에선 더 혁명적인 생산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제조·공장운영 노하우가 모자랐을텐데.

“너무나 혁명적이고 역동적이고 스마트한, 그래서 앞으로 치고나갈 수 있는 리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린 오랫동안 이런 리더를 만나지 못했다. 머스크 이전에 그런 인물이라면 헨리 포드와 찰스 케터링 정도 아닐까?(포드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케터링은 1920년대부터 GM 연구개발을 이끌며 전기점화장치 등 혁신적 기술을 개발했다. 케터링은 ‘선입견만 없다면 평범한 사람도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100년마다 영웅이 나타나 모든걸 바꾸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엔 머스크일지도.”

-내연기관차 엔지니어로 평생 일했는데, 내연기관이 사라지는게 슬프지 않나?

“전혀. 왜 그래야 하나? 물론 나는 가솔린엔진 개발에 아주 오래 관여했다. 많은 회사를 도왔고 지금도 25개 엔진이 우리 회사에 놓여 있다. 내가 관여했던 펜타스타(크라이슬러의 주력 6기통 엔진)는 6년 동안 ‘올해의 엔진상’을 받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하나 물어보자. 지금 나팔바지를 입나? 하이버튼슈즈(20세기 초 유행한 부츠)를 신나? 우린 넥타이를 매지 않고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넥타이 안매서 슬픈가? 과거에 머물 수는 없다. 그러면 유물이 될 뿐이다.”

-테슬라 기술에 어떤 특별한 전략이 있을까?

“기술의 수직적 통합이다. 테슬라가 다른 모두를 능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요 기술을 전부 스스로 개발한다는 얘기다. 하버드에 있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가 싶을거다. 아웃소싱하라고 하겠지. 하지만 테슬라처럼 중요한 일을 전부 스스로 하다 보면, 심오한 지식이 쌓이고 그게 결국 힘이 돼 준다. 에드워즈 데밍(1900~1993) 박사 얘기를 하고 싶다. 데밍 박사와 나는 좋은 친구였다. 그는 기업이 성공하려면 핵심기술을 반드시 회사 내부에 둬야 하고, 누구에게도 양보해선 안된다고 늘 얘기했다. 머스크가 데밍의 가르침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에 투입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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